
카페에 가는 이유는 늘 비슷하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잠깐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고 싶어서
그런데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커피보다 사람들을 더 많이 보게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선은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그들의 표정과 몸짓
말투와 침묵까지 눈에 들어온다
그날도 그랬다
특별한 목적 없이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생각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혼자 온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카페에는 혼자 온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혼자라는 공통점 외에는
모두 달라 보였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집중한 채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
이어폰을 끼고
창밖만 바라보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
겉보기에는 비슷한 장면인데
느껴지는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어떤 사람은
혼자가 편안해 보였고
어떤 사람은
혼자인 걸 애써 견디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다는 건
상태이지 감정은 아니구나’
혼자는 같아 보여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걸
카페 한가운데서 새삼 느꼈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도 거리감은 존재했다
둘 이상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는
대화가 오갔다
웃음도 있었고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든 대화가
가까워 보이지는 않았다
어떤 테이블은
말이 많지 않아도
서로 편안해 보였고
어떤 테이블은
웃고 있는데도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말의 양보다
침묵의 질이 더 많은 걸 말해주는 순간이었다
그걸 보며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많이 이야기한다고
가까운 건 아니고
자주 만난다고
편안한 것도 아니라는 것
카페에서 스쳐가는 장면들이
관계의 본질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모두 바쁜 척하지만 진짜 바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카페에는
바쁜 분위기가 늘 깔려 있다
노트북, 태블릿, 휴대폰
메모지와 커피잔
다들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보다 보니
그 ‘바쁨’에도
종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집중해서
자기 시간을 쓰는 사람과
바쁜 척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람
겉으로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자세와 표정에서
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그걸 보며
나 자신을 떠올렸다
나는 과연
어떤 쪽에 더 가까운지
카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지만
각자의 시간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기도 했다
사람을 보다 보니 결국 나를 보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사람들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선이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는
어떤 표정으로 앉아 있는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타인을 관찰한다는 건
결국 나를 비추는 일이었다
불편해 보이는 사람을 보며
내가 불편해했던 순간을 떠올렸고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을 보며
내가 그리워하던 상태를 떠올렸다
카페는
생각보다 많은 걸 가르쳐준다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해도
삶의 단면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무리하며
카페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대단한 깨달음이 생기진 않는다
하지만 사소한 생각들은
꾸준히 남는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속도로 살고 있고
각자 다른 표정으로
하루를 견디고 있다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괜히 나만 뒤처진 것 같던 마음이
조금은 느슨해진다
오늘도 누군가는
카페 한구석에서
나처럼 사람들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관찰은
아마도
커피보다 오래 남는
생각 하나를
가져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