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나는 자기계발을 거의 신앙처럼 믿었다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
아침 루틴을 만들고
목표를 적고
습관을 관리했다
‘더 나은 나’가 되는 게 당연한 의무처럼 느껴졌다
잘 살기 위해서라면
더 노력해야 하고
더 배우고
더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하고 있던 자기계발이
나를 살리고 있는 게 아니라
조금씩 질식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글은
자기계발을 완전히 부정하는 글이 아니다
다만 자기계발이 도움이 아니라 독이 되었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기록한 이야기다
‘지금의 나는 부족하다’는 전제가 기본값이 되었을 때
자기계발의 시작은 보통 선하다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조금만 바꾸면 삶이 좋아진다
처음에는 이 말이 희망처럼 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 말은
다른 방식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부족하다
이대로의 나는 안 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나 자신을 평가했다
어제보다 생산적이었는지
더 성장했는지
더 나아졌는지
쉬는 날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쉬는 것도 자기계발이라는 말이
오히려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나는 점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항상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보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자기계발이
나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끊임없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기준이 되었을 때
그건 더 이상 성장이 아니라 자기검열이었다
비교가 기준이 되어버린 순간
자기계발 콘텐츠를 보면
대부분 누군가의 성공 사례가 나온다
새벽 5시에 일어나고
운동하고
책을 읽고
사업을 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사람들
처음에는 영감을 받았다
나도 저렇게 살아봐야지
하지만 점점
영감은 비교로 변했다
나는 나만의 속도가 아니라
남의 기준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내 삶이 아니라
SNS 속 타인의 삶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쉬면
뒤처진 것 같았고
느리면 실패한 것 같았다
자기계발은
나를 나답게 만들기보다
나를 남과 닮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자기계발이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나를 부족하게 만드는 비교의 도구가 되었을 때
그건 더 이상 도움이 아니라 독이라는 것을
감정마저 관리 대상이 되었을 때
자기계발을 오래 하다 보면
감정까지도 관리하려고 든다
우울하면
마인드셋을 바꾸라고 하고
불안하면
명상하면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 말들이 위로처럼 들렸다
하지만 점점 나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대신
고쳐야 할 문제처럼 취급했다
슬픈 날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라고 스스로를 다그쳤고
지친 날에도
약해지면 안 돼라고 마음을 밀어붙였다
결국 나는
슬픔을 슬퍼하지 못하고
지침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자기계발은
나를 강하게 만든 게 아니라
나를 감정적으로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그때 알았다
모든 감정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볼 때
자기계발은 치유가 아니라 억압이 된다는 것을
잘 살기보다 잘 보이기가 목표가 되었을 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를 위해 자기계발을 하는 게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순수한 즐거움이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가 되었다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나는 성장하는 사람이다
이 말이 스스로에게 자부심이 되기보다
압박이 되기 시작했다
SNS에 올릴 사진을 위해
억지로 생산적인 척을 했고
쉬고 싶을 때도
쉬는 나 자신을 용납하지 못했다
자기계발은
나를 자유롭게 만들기보다
나를 특정한 캐릭터 안에 가두었다
그때 깨달았다
자기계발이 삶의 도구가 아니라
정체성이 되었을 때
나는 나 자신이 아니라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마무리하며
지금도 나는 자기계발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다만 예전처럼 맹목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자기계발은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도구일 때만 의미가 있다
나를 더 몰아붙이고
더 비교하게 만들고
더 숨 막히게 한다면
그건 성장이 아니라 학대에 가깝다
요즘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잘 사는 삶이란
항상 더 나아지는 삶이 아니라
때로는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허락하는 삶일지도 모른다
자기계발이 독이 되는 순간은
내 삶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었을 때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지금
나는 조금 덜 완벽해졌지만
조금 더 편안해졌다
어쩌면 그게
진짜 성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