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보통
“무엇을 하고 있는지”로 자신을 설명한다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무엇을 준비 중이며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하지만 요즘의 나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나를 설명하게 된다
내가 일부러 하지 않기로 한 것들로 말이다
이건 포기나 체념의 목록이 아니다
오히려 내 삶을 덜 흔들리게 만든 선택들의 기록이다
다 하지 않아도 괜찮아졌고
안 해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남들과 속도를 맞추려 애쓰는 것
예전에는 늘 조급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결과를 내기 시작하면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속도를 올렸다
준비가 덜 됐는데도 시작했고
내 페이스가 아닌 방식으로 달렸다
결과는 뻔했다
금방 지치고 방향을 잃고
왜 시작했는지조차 흐려졌다
지금은 일부러
남들과 속도를 맞추려 하지 않는다
늦어 보여도 괜찮고
비효율적으로 보여도 괜찮다
내 속도를 지키지 못하면
어디로 가는지도 잃게 된다는 걸
여러 번 겪고 나서야 알았다
그래서 나는
비교 속도를 내려놓기로 했다
그 선택 하나만으로도
삶이 훨씬 덜 불안해졌다
모든 기회를 잡으려는 욕심
기회는 많다
연결도 많고 제안도 많고
하면 좋을 것 같은 일도 넘쳐난다
예전의 나는
그걸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안 잡으면 뒤처질 것 같았고
거절하면 기회가 다시 안 올 것 같았다
그래서 무리했다
일정은 엉켰고
집중은 흐트러졌고
결과는 애매했다
지금은 일부러
모든 기회를 잡지 않는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
내 방향과 맞지 않는 제안
지금의 나에게 과한 기대는
정중히 내려놓는다
기회를 거절한다고
인생이 망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안다
오히려
덜 잡을수록
내가 정말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잘 살고 있다는 증명
SNS를 열면
잘 사는 증거들이 넘쳐난다
성과, 여행, 소비, 관계
예전의 나는
나도 모르게 증명하려 했다
나도 괜찮다는 걸
나도 뒤처지지 않았다는 걸
지금은 일부러
그 증명을 하지 않는다
굳이 올리지 않고
굳이 보여주지 않고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잘 살고 있는지는
남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내가 느끼는 감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조용히 만족하는 삶은
화면에 잘 담기지 않지만
실제 삶에서는 꽤 단단하다
그래서 나는
잘 살고 있다는 증명보다
잘 살고 있다고 느끼는 상태를 선택했다
완벽한 나를 만들겠다는 집착
한때는
완벽해지고 싶었다
흠 없는 선택
후회 없는 결정
항상 옳은 방향
하지만 살다 보니
완벽은 실체가 없었다
기준만 계속 바뀌는 목표였다
지금은 일부러
완벽해지려 하지 않는다
실수할 수 있고
엉성할 수 있고
가끔은 틀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
회복 가능한 삶을 선택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고
틀려도 고칠 수 있고
잠시 멈춰도 괜찮은 상태
완벽을 내려놓자
삶이 훨씬 유연해졌다
그리고 그 유연함이
오히려 나를 오래 가게 만들었다
마무리하며
내가 일부러 안 하고 있는 것들은
게으름의 목록이 아니다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의 결과다
모두가 하는 걸
굳이 다 할 필요는 없었고
모두가 원하는 걸
나도 원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무언가를 더 하려 애쓸 때보다
안 해도 되는 걸 명확히 했을 때
삶은 오히려 또렷해졌다
혹시 요즘
괜히 피곤하고
괜히 불안하다면
무언가를 더하기 전에
하나쯤은 일부러 안 해봐도 좋겠다
삶은..
덜어내는 순간부터
의외로 잘 굴러가기 시작한다